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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거북아 거북아
제11화

거북아 거북아

가야의 건국 · 서기 4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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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리와 함께 보면 더 생생해요.
장면마다 바람·모닥불·강물 소리가 바뀌고, 이야기 흐름을 따라 음악도 달라져요.
지난 이야기

진한 땅 서나벌(서라벌)의 여섯 마을은 나정의 알에서 나온 박혁거세를 첫 임금으로 세웠다(기원전 57년). 궤짝에 실려 바다를 건너온 석탈해는 서기 57년 신라의 임금이 되었고, 숲속 금궤에서는 김알지가 나왔다. 박·석·김, 세 성씨의 임금이 이끈 신라의 시작이었다.

등장인물

소라어부의 딸.
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도간임금이 없던 땅을 이끈
아홉 간의 한 사람
수로금합 속 황금알에서
나왔다는 임금
탈해바다를 건너와
왕위를 넘본 사람
허황옥붉은 돛을 달고 온
아유타국 공주

신라의 서남쪽, 큰 강이 바다로 흘러드는 땅.

그곳에는 아직 나라 이름도, 임금과 신하라는 말도 없었다.

아홉 우두머리, ‘아홉 간(干)’이
백성을 이끌었다.

소라나는 소라. 아홉 마을 가운데 하나, 아도간 어른이 이끄는 바닷가 마을에서 자랐다.

소라어부의 딸, 열 살
아버지, 이것 좀 봐요!

아도간·여도간·피도간·오도간·유수간·유천간·신천간·오천간·신귀간. 아홉 간이 백성 7만 5천 명을 이끌었다.

서기 42년 3월 계욕일. 물가에서 몸을 씻어 묵은 액을 떨어내는 날이었다.

소라아버지, 물이 차요!
아버지그래야 나쁜 기운이 씻겨 나가지!

구지봉의 금합

『삼국유사』 「가락국기」에 전하는 김수로 이야기

마을 북쪽의 봉우리 구지(龜旨)에서, 누군가를 부르는 듯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거북이 엎드린 모양이라 ‘구지’라 불리는 봉우리. 아홉 간과 이삼백 명의 사람들이 그리로 모여들었다.

모습은 보이지 않고, 사람의 목소리만 들려왔다.

아도간아홉 간의 한 사람
여기에 사람이 있느냐?
아홉 간우리들이 있습니다!
하늘이 내게 명하셨다. 이곳에 내려가 나라를 새로 열고, 임금이 되라고.
너희는 봉우리 꼭대기의 흙을 파며 노래하고, 발을 구르며 춤추어라.
그러면 대왕을 맞이하게 되리라!
모두 함께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어라
내놓지 않으면
구워서 먹으리!
소라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어라!

소라나도 흙을 움켜쥐고 목청껏 불렀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가슴이 쿵쿵 뛰었다.

얼마 뒤 하늘을 올려다보니, 자줏빛 줄 하나가 하늘에서 드리워 땅에 닿았다.

저, 저것 보게!

줄 끝에는 붉은 보자기에 싼 금합이 매달려 있었다.

아도간해처럼 둥근 황금알이… 여섯이오!

사람들은 놀라고 기뻐하며 백 번 절했다.

소라금합은 다시 보자기에 싸서, 아도간 어른 집의 평상 위에 모셔 두었다.

알 속엔… 누가 있을까?

소라나는 밤마다 몰래 와서 문틈으로 들여다보았다.

열이틀이 지난 이튿날 아침, 다시 모인 사람들이 금합을 열었다.

아도간알이… 사내아이가 되었다!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자랐다.

열흘 남짓 지나자, 맨 먼저 알에서 나온 아이는
키가 아홉 자나 되었다.

그달 보름, 그 아이가 왕위에 올랐다.

수로나라 이름을 ‘대가락’이라 하겠다!

처음(首) 나타났다(露) 하여 이름을 ‘수로’라 했다. 나라는 대가락, 또는 가야국이라 불렀다.

나머지 다섯 아이도 저마다 돌아가, 다섯 가야의 임금이 되었다고 한다.

낙동강남해동해신라 (서라벌)금관가야김해 · 대가락아라가야함안소가야고성대가야고령성산가야성주고령가야상주 함창 (추정)자리는 『삼국유사』를 따른 대략이며학자마다 의견이 다르다

수로는 새로 일군 들판, 신답평에 도읍을 정했다.

수로이 땅은 여뀌 잎처럼 좁지만, 참으로 빼어나구나!

둘레 1,500보의 성을 쌓고, 서기 44년 2월에 궁궐을 다 지었다.

그 무렵, 바다를 건너온 낯선 사내가 대궐로 찾아왔다. 완하국 왕비가 낳은 알에서 나왔다는 탈해였다.

탈해바다를 건너온 사내
탈해나는 왕의 자리를 빼앗으러 왔소!
수로하늘이 내게 왕위를 맡겨, 백성을 보살피라 하셨소.
하늘의 명을 어기고 나라를 넘겨줄 수는 없소.
탈해그렇다면 술법으로 겨뤄 봅시다!
수로좋소.

「가락국기」에 따르면, 눈 깜짝할 사이 탈해는 매가 되었고 왕은 독수리가 되었다.

매탈해독수리수로왕

탈해가 다시 참새가 되자, 왕은 새매가 되었다.

참새탈해새매수로왕

순식간에 두 사람은 본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탈해는 무릎을 꿇고 말했다.

탈해제가 살아난 것은, 죽이기 싫어하시는 어진 마음 덕이겠지요.
왕과 자리를 다투기는 참으로 어렵겠습니다.

탈해는 절하고 떠났다. 왕은 그가 머물며 난을 꾸밀까 걱정해, 급히 배 500척을 내어 뒤쫓게 했다.

탈해의 배

탈해가 계림 땅으로 달아나자, 배들은 모두 돌아왔다.

탈해는 훗날 신라의 넷째 임금이 되었다.

구지봉에서 노래를 부른 지 여섯 해.

서기 48년 7월,
나는 열여섯 살이 되었다.

아홉 간은 왕이 내려온 뒤로 아직 짝을 얻지 못한 것을 걱정했다.

아도간저희 딸 가운데 좋은 처녀를 골라 왕비로 맞으소서.
수로하늘이 나를 보냈으니, 내 짝도 하늘이 정할 것이오.

왕은 유천간에게 날랜 배와 말을 주어, 섬 망산도에 가서 기다리게 했다.

유천간아홉 간의 한 사람소라열여섯 살
소라붉은 돛이에요! 배가 와요!

바다 서남쪽에서, 붉은 돛을 달고 붉은 깃발을 휘날리며 북쪽으로 오는 배가 있었다.

『삼국유사』는 이렇게 전한다. 공주가 처음 바다를 건너려 하자, 파도의 신이 노해 배가 돌아와야 했다고.

공주의 아버지이 돌탑을 싣고 가거라.

아버지 왕이 이 돌탑을 배에 싣게 하자, 그제야 무사히 바다를 건넜다.

아홉 간이 좋은 배를 저어, 공주를 대궐로 모시러 나갔다.

허황옥붉은 돛의 배에서 온 공주
공주나는 그대들을 본디 알지 못하오. 어찌 가볍게 따라가겠소?

공주는 산 밖의 별포 나루에 배를 대고, 높은 언덕에 올라 쉬었다.

공주이 땅의 산신이시여…

그리고 입고 온 비단 바지를 벗어, 이 땅의 산신령께 폐백으로 바쳤다.

왕은 몸소 나가 대궐 서남쪽 산기슭에 장막을 치고 기다리다가, 공주를 맞았다.

공주저는 아유타국의 공주 허황옥, 나이는 열여섯입니다.

그해 5월, 아유타국의 왕과 왕비는 같은 꿈을 꾸었다.

하늘의 상제가락국의 왕 수로는 하늘이 내려보낸 사람이다.
아직 짝이 없으니, 공주를 보내 짝이 되게 하라.
수로나는 공주가 멀리서 올 줄 미리 알고 있었소.
그래서 신하들의 청을 따르지 않았소.

그렇게 두 사람은 부부가 되었다.

왕은 뱃사공 열다섯 명에게 쌀과 베를 넉넉히 주어, 배를 공주의 나라로 돌려보냈다.

부모님너는 여기서 우리를 떠나, 그리로 가거라.
공주아버지, 어머니…

소라그날 알았다. 바다를 건너온 그 공주도, 나와 같은 열여섯 살이라는 것을.

8월 1일, 왕과 왕후는 한 수레를 타고 대궐로 돌아왔다.

소라왕후님이다!

소라그 봄날 우리가 부른 노래를, 바닷가 아이들은 오래도록 부르며 놀았다.

아이들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어라…

『삼국유사』는 수로왕이 158년을 살았다고 전한다.

가락국은 수로를 비롯한 열 명의 임금이 다스리다가, 532년 신라에 나라를 바쳤다.

마지막 임금 구형왕의 증손자가,
훗날 삼국 통일에 앞장선 김유신이다.

제11화 끝

역사 노트

이야기 속 장면은 이런 기록과 유적을 바탕으로 그렸어요.

  1. 『삼국유사』『삼국유사』 · 서울대학교 규장각 전시

    「가락국기」와 구지가

    이 화는 『삼국유사』 기이편의 「가락국기」를 따라 그렸어요. 고려 문종 때(11세기 후반) 금관주의 지방관이 지은 『가락국기』를 일연이 줄여 실은 것인데, 원래 책은 전하지 않아요. 사람들이 구지봉에서 부른 「구지가」는 가사가 전하는 우리 옛 노래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의 하나로 꼽혀요. 임금을 맞이하려고 부른 주문 같은 노래로 풀이하는 학자가 많아요.

    『삼국유사』 기이편 「가락국기」
  2. 고령 지산동 고분군고령 지산동 고분군 · 대가야의 무덤들

    여섯 알, 여섯 가야

    『삼국유사』 「오가야」조는 금관가야 말고 다섯 가야로 아라가야(함안)·고령가야·대가야(고령)·성산가야(성주)·소가야(고성)를 들어요. 고령가야는 상주 함창 무렵이라 하지만 진주로 보는 설도 있어요. 고령의 대가야에는 가야산 신 정견모주가 대가야와 금관국의 두 임금을 낳았다는 다른 건국 이야기도 전해요. 학자들은 가야를 낙동강 유역의 여러 작은 나라가 이룬 연맹으로 보고, 앞 시기에는 김해의 금관가야, 뒤 시기에는 고령의 대가야가 중심이었다고 봐요.

    『삼국유사』 「오가야」 · 『신증동국여지승람』
  3. 김해 수로왕릉김해 수로왕릉

    수로와 탈해, 서로 다른 기록

    「가락국기」의 탈해는 완하국 왕비가 낳은 알에서 나왔고 키가 ‘석 자’라고 해요. 10화에서 본 신라 쪽 기록의 ‘키 아홉 자’ 탈해와 많이 달라요. 「가락국기」에도 ‘여기 실린 일은 신라의 기록과 다른 점이 많다’는 말이 적혀 있어요. 『삼국유사』 탈해왕 조에는 탈해를 실은 배가 먼저 가락국 바다에 닿자, 수로왕과 백성들이 북을 치며 맞아 머물게 하려 했지만 배가 나는 듯이 달아났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삼국사기』에는 77년 신라와 가야가 황산진 어귀에서 싸운 일, 102년 수로왕이 신라의 부탁을 받고 음즙벌국과 실직곡국의 땅 다툼을 판결한 일이 실려 있어요.

    『삼국유사』 · 『삼국사기』 신라본기
  4. 김해 파사석탑김해 파사석탑 · 수로왕비릉 곁

    허황옥과 아유타국

    『삼국유사』는 공주의 나라를 ‘서역의 아유타국’이라고만 적어서, 정확히 어디인지는 알 수 없어요. 인도 북부의 아요디아로 보는 이야기가 널리 알려졌고, 수로왕비릉 비석의 ‘보주태후’라는 이름을 들어 중국 쓰촨의 보주와 잇는 설, 불교가 퍼진 뒤 이야기에 덧붙은 이름으로 보는 견해도 있어요. 『삼국유사』 탑상편은 공주가 파도를 달래려 싣고 온 돌탑이 ‘파사석탑’이고, 붉은 얼룩이 있는 그 돌이 ‘이 땅의 것이 아니다’라고 적었어요. 이 탑은 1873년 수로왕비릉 곁으로 옮겨져 지금도 그 자리에 있어요.

    『삼국유사』 「가락국기」 · 탑상편 「금관성 파사석탑」
  5. 가야의 쇠 갑옷과 투구가야의 쇠 갑옷과 투구 · 국립중앙박물관

    철의 나라

    3세기 중국 역사책 『삼국지』는 변진(변한)과 진한을 함께 적은 대목에서 ‘나라에서 쇠가 나서 한·예·왜가 모두 가져다 쓰고, 시장에서는 중국이 돈을 쓰듯 쇠를 쓰며, 낙랑·대방 두 군에도 대어 준다’고 적었어요. 변진의 열두 나라 가운데 하나인 ‘구야국’을 김해의 금관가야로 봐요. 가야의 무덤에서는 돈처럼 쓰인 납작한 쇳덩이 ‘덩이쇠’와 쇠로 만든 갑옷이 많이 나와요.

    『삼국지』 위서 동이전 한조
  6. 김해 대성동 고분군김해 대성동 고분군

    대성동 고분군과 가야고분군

    김해 시내 한가운데의 낮은 언덕에 금관가야 지배층의 무덤인 대성동 고분군이 있어요. 1990년부터 발굴해 덩이쇠와 쇠 갑옷, 함께 묻힌 순장 인골, 북방에서 온 청동 솥(동복), 왜와 주고받은 바람개비 모양 청동기 등이 나왔어요. 2023년 9월, 대성동을 비롯해 함안·고령·합천·고성·창녕·남원의 고분군까지 일곱 곳이 ‘가야고분군’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되었어요.

    대성동 고분군 발굴 조사 ·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2023)
  7. 김해 구지봉김해 구지봉 일대

    구지봉과 전설의 숫자

    구지봉은 김해 구산동의 낮은 봉우리로, 거북이 엎드린 모양이라 붙은 이름이라고 해요. 꼭대기에는 청동기 시대의 고인돌이 있고, 덮개돌에는 한석봉이 썼다고 전하는 ‘구지봉석’ 네 글자가 새겨져 있어요. 「가락국기」는 수로왕이 158세, 허황후가 157세까지 살았다고 적었는데, 시조의 위대함을 드러내는 ‘전설의 숫자’로 봐요. 이 화의 소라와 그 아버지는 기록에 없는, 상상으로 그린 인물이에요.

    『삼국유사』 기이편 「가락국기」

이번 화의 열쇠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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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 바닷가 작은 나라들

가야에서 멀리 북쪽, 동해 바닷가에는 큰 임금 없이 마을마다 우두머리가 다스리던 작은 나라 옥저와 동예가 있었다. 소금과 생선을 지고 고구려로 먼 길을 떠나는 사람들, 그리고 온 집안이 함께 잠드는 커다란 나무 덧널의 이야기.

사진 출처

이 웹툰의 삽화는 모두 새로 그린 것이며, 등장인물의 이름과 대사는 역사적 사실과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상상해 재구성한 것입니다. 연대와 해석은 학계의 일반적인 설명을 따랐고, 의견이 갈리는 부분은 역사 노트에 밝혀 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