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아 거북아
장면마다 바람·모닥불·강물 소리가 바뀌고, 이야기 흐름을 따라 음악도 달라져요.
진한 땅 서나벌(서라벌)의 여섯 마을은 나정의 알에서 나온 박혁거세를 첫 임금으로 세웠다(기원전 57년). 궤짝에 실려 바다를 건너온 석탈해는 서기 57년 신라의 임금이 되었고, 숲속 금궤에서는 김알지가 나왔다. 박·석·김, 세 성씨의 임금이 이끈 신라의 시작이었다.
등장인물
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홉 간의 한 사람
나왔다는 임금
왕위를 넘본 사람
아유타국 공주
신라의 서남쪽, 큰 강이 바다로 흘러드는 땅.
그곳에는 아직 나라 이름도, 임금과 신하라는 말도 없었다.
아홉 우두머리, ‘아홉 간(干)’이
백성을 이끌었다.
소라나는 소라. 아홉 마을 가운데 하나, 아도간 어른이 이끄는 바닷가 마을에서 자랐다.
아도간·여도간·피도간·오도간·유수간·유천간·신천간·오천간·신귀간. 아홉 간이 백성 7만 5천 명을 이끌었다.
서기 42년 3월 계욕일. 물가에서 몸을 씻어 묵은 액을 떨어내는 날이었다.
구지봉의 금합
『삼국유사』 「가락국기」에 전하는 김수로 이야기
마을 북쪽의 봉우리 구지(龜旨)에서, 누군가를 부르는 듯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거북이 엎드린 모양이라 ‘구지’라 불리는 봉우리. 아홉 간과 이삼백 명의 사람들이 그리로 모여들었다.
모습은 보이지 않고, 사람의 목소리만 들려왔다.
소라나도 흙을 움켜쥐고 목청껏 불렀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가슴이 쿵쿵 뛰었다.
얼마 뒤 하늘을 올려다보니, 자줏빛 줄 하나가 하늘에서 드리워 땅에 닿았다.
줄 끝에는 붉은 보자기에 싼 금합이 매달려 있었다.
사람들은 놀라고 기뻐하며 백 번 절했다.
소라금합은 다시 보자기에 싸서, 아도간 어른 집의 평상 위에 모셔 두었다.
소라나는 밤마다 몰래 와서 문틈으로 들여다보았다.
열이틀이 지난 이튿날 아침, 다시 모인 사람들이 금합을 열었다.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자랐다.
열흘 남짓 지나자, 맨 먼저 알에서 나온 아이는
키가 아홉 자나 되었다.
그달 보름, 그 아이가 왕위에 올랐다.
처음(首) 나타났다(露) 하여 이름을 ‘수로’라 했다. 나라는 대가락, 또는 가야국이라 불렀다.
나머지 다섯 아이도 저마다 돌아가, 다섯 가야의 임금이 되었다고 한다.
수로는 새로 일군 들판, 신답평에 도읍을 정했다.
둘레 1,500보의 성을 쌓고, 서기 44년 2월에 궁궐을 다 지었다.
그 무렵, 바다를 건너온 낯선 사내가 대궐로 찾아왔다. 완하국 왕비가 낳은 알에서 나왔다는 탈해였다.
「가락국기」에 따르면, 눈 깜짝할 사이 탈해는 매가 되었고 왕은 독수리가 되었다.
탈해가 다시 참새가 되자, 왕은 새매가 되었다.
순식간에 두 사람은 본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탈해는 무릎을 꿇고 말했다.
탈해는 절하고 떠났다. 왕은 그가 머물며 난을 꾸밀까 걱정해, 급히 배 500척을 내어 뒤쫓게 했다.
탈해가 계림 땅으로 달아나자, 배들은 모두 돌아왔다.
탈해는 훗날 신라의 넷째 임금이 되었다.
구지봉에서 노래를 부른 지 여섯 해.
서기 48년 7월,
나는 열여섯 살이 되었다.
아홉 간은 왕이 내려온 뒤로 아직 짝을 얻지 못한 것을 걱정했다.
왕은 유천간에게 날랜 배와 말을 주어, 섬 망산도에 가서 기다리게 했다.
바다 서남쪽에서, 붉은 돛을 달고 붉은 깃발을 휘날리며 북쪽으로 오는 배가 있었다.
『삼국유사』는 이렇게 전한다. 공주가 처음 바다를 건너려 하자, 파도의 신이 노해 배가 돌아와야 했다고.
아버지 왕이 이 돌탑을 배에 싣게 하자, 그제야 무사히 바다를 건넜다.
아홉 간이 좋은 배를 저어, 공주를 대궐로 모시러 나갔다.
공주는 산 밖의 별포 나루에 배를 대고, 높은 언덕에 올라 쉬었다.
그리고 입고 온 비단 바지를 벗어, 이 땅의 산신령께 폐백으로 바쳤다.
왕은 몸소 나가 대궐 서남쪽 산기슭에 장막을 치고 기다리다가, 공주를 맞았다.
그해 5월, 아유타국의 왕과 왕비는 같은 꿈을 꾸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부부가 되었다.
왕은 뱃사공 열다섯 명에게 쌀과 베를 넉넉히 주어, 배를 공주의 나라로 돌려보냈다.
소라그날 알았다. 바다를 건너온 그 공주도, 나와 같은 열여섯 살이라는 것을.
8월 1일, 왕과 왕후는 한 수레를 타고 대궐로 돌아왔다.
소라그 봄날 우리가 부른 노래를, 바닷가 아이들은 오래도록 부르며 놀았다.
『삼국유사』는 수로왕이 158년을 살았다고 전한다.
가락국은 수로를 비롯한 열 명의 임금이 다스리다가, 532년 신라에 나라를 바쳤다.
마지막 임금 구형왕의 증손자가,
훗날 삼국 통일에 앞장선 김유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