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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알에서 나온 임금들
제10화

알에서 나온 임금들

신라의 건국 · 기원전 5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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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리와 함께 보면 더 생생해요.
장면마다 바람·모닥불·강물 소리가 바뀌고, 이야기 흐름을 따라 음악도 달라져요.
지난 이야기

고구려를 세운 주몽의 두 아들 비류와 온조는 남쪽으로 내려왔다. 바다를 고른 형 비류는 미추홀에서 뜻을 이루지 못했고, 아우 온조는 한강 가에 ‘십제’를 세워 이름을 ‘백제’로 고치고 서기 28년까지 다스렸다.

등장인물

호공박을 차고 바다를 건너온 사람.
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박혁거세나정의 알에서 나온
첫 임금
알영계룡이 낳은 아이.
혁거세의 왕비
석탈해궤짝에 실려
바다를 건너온 아이
김알지숲속 금궤에서
나온 아이

『삼국사기』의 연대로는, 백제보다도 고구려보다도 먼저.

한반도 동남쪽,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에서

한 나라가 알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호공나는 호공. 바다 건너 왜에서 왔다.

호공이 이야기를 들려줄 사람

호공처음 바다를 건널 때 허리에 박 하나를 찼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를 ‘박 호(瓠)’ 자를 써서 ‘호공’이라 불렀다.

호공이 땅에 닿은 내게, 사람들은 옛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옛 조선에서 온 사람들이 산골짜기에 나뉘어 살며, 여섯 마을을 이루고 있었다.

한 촌장우리 위엔 임금이 없어, 백성이 제멋대로요.
다른 촌장덕 있는 이를 찾아 임금으로 세웁시다!

나정의 알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전하는 박혁거세 이야기

높은 곳에서 남쪽을 바라보니, 양산 기슭 우물 나정 곁에 번갯불 같은 기운이 땅으로 드리웠다.

여섯 촌장언덕에서 내려다본다

흰 말 한 마리가 무릎을 꿇고, 절하듯 엎드려 있었다.

사람들이 다가가자, 말은 길게 울며 하늘로 올라갔다.

그 자리엔 자줏빛 큰 알 하나가 남았다.

알을 깨뜨리자, 사내아이가 나왔다.

촌장사내아이다!

동천 샘물에 씻기자 아이 몸에서 빛이 나고, 새와 짐승이 춤을 추었다고 한다.

촌장밝은 빛으로 세상을 다스리라고, ‘혁거세’라 부릅시다!

호공그 이야기를 들은 밤, 나는 허리춤의 박을 오래 만지작거렸다.

박처럼 생긴 알이라…

호공이곳 사람들은 박(瓠)을 ‘박’이라 부른다. 처음의 큰 알이 박(瓠)처럼 생겨서, 그 아이의 성도 ‘박’이 되었다고 했다.

기원전 57년, 여섯 마을 사람들은 열세 살 소년을 임금으로 받들었다.

박혁거세열세 살의 첫 임금
혁거세이 나라를 ‘서나벌’이라 하겠다!

‘거서간’은 진한 말로 임금, 또는 귀한 사람을 부르는 말이다. 서나벌은 서라벌이라고도 하며, 훗날의 신라다.

기원전 53년 정월, 알영정에 용이 나타나 옆구리로 여자아이를 낳았다고 한다.

할머니아이고, 입술이 꼭 닭 부리 같구나…
알영용이 낳은 아이

냇물에 씻기니 부리가 똑 떨어졌다. 아이는 우물 이름을 따서 ‘알영’이라 불렸다.

자라서 왕비가 된 알영은 어질어서, 왕을 잘 도왔다.

기원전 41년, 왕과 왕비는 함께 여섯 마을을 돌며 농사와 누에치기를 권했다.

농부두 성인께서 오셨다!

기원전 28년, 낙랑의 군사가 변경 마을로 쳐들어왔다.

낙랑 군사밤인데도 문을 열어 두고, 곡식 더미를 그냥 쌓아 두다니…
낙랑 장수몰래 치면 도둑과 다를 게 없다. 돌아가자!

‘서로 훔치지 않으니, 도(道)가 있는 나라다.’ 낙랑 군사들은 그렇게 말하며 물러갔다.

한반도 서쪽에는 쉰 남짓한 작은 나라를 거느린 큰 세력, 마한이 있었다.

기원전 20년 봄,
나는 사신이 되어 마한에 갔다.

마한 왕진한과 변한은 우리 속국이거늘, 어찌 공물을 보내지 않느냐!
호공두 성인이 나신 뒤로, 창고는 가득하고 백성은 서로 공경합니다.
호공예를 갖춰 온 사신을, 어찌 군사로 겁주십니까!
마한 왕저놈을 당장 베어라!

호공신하들이 말린 덕에, 나는 겨우 살아 돌아왔다.

이듬해, 마한 왕이 죽었다.

신하전에 우리 사신을 욕보인 왕입니다. 이 틈에 치소서!
혁거세남의 재앙을 다행으로 여기는 것은 어질지 못하다.

호공나를 죽이려던 왕이었다. 우리 임금은 오히려 사신을 보내, 그 죽음을 위로했다.

바다를 건너온 궤짝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전하는 석탈해 이야기

바다 건너 다파나국의 왕비가 일곱 해 만에 큰 알을 낳았다.

다파나국 왕사람이 알을 낳다니 상서롭지 못하다. 버려라!
왕비아가, 부디 좋은 땅에 닿거라…

왕비는 차마 버리지 못했다. 알을 비단에 싸 궤짝에 담아, 바다에 띄웠다.

금관국 사람들도 거두지 않은 궤짝은, 다시 흘러 진한의 아진포에 닿았다.

할머니웬 까치가 저리 울며 따라오누?
아진의선바닷가 할머니
아진의선아이고,
사내아이로구나!

까치(鵲)가 따라왔다 하여 ‘까치 작(鵲)’에서 ‘새 조(鳥)’를 뗀 ‘석(昔)’을 성으로 삼았다. 궤짝을 풀고 나왔다 하여 이름은 ‘탈해(脫解)’.

탈해는 고기잡이로 어머니를 봉양했다. 한 번도 게으른 기색이 없었다.

탈해키가 아홉 자나 되는 젊은이
어머니너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 학문을 닦아 공을 세우거라.

탈해는 학문에 힘써, 땅의 이치(지리)까지 두루 익혔다.

탈해는 토함산에 올라 돌무덤을 쌓고, 이레 동안 살 곳을 살폈다고 한다.

탈해초승달 같은 저 봉우리… 오래 살 만한 땅이다.

호공하필, 내 집이었다.

호공그날 밤, 누군가 내 집 곁에 몰래 무언가를 묻고 있었다.

탈해숫돌하고… 숯. 됐다.

이튿날 그 아이는, 이 집이 제 조상의 집이라고 우겼다.

관리증거가 있느냐?
탈해우리 집안은 본래 대장장이였소.
땅을 파 보시오!
일꾼숫돌과 숯이 나왔소!
호공아, 아니…!

호공땅에서 정말 숫돌과 숯이 나왔다. 집은 그 아이의 차지가 되었다.

그 집터는 훗날, 신라의 궁궐 ‘월성’이 되었다.

서기 4년, 혁거세가 세상을 떠나고 아들 남해가 왕위를 이었다.

남해왕은 슬기로운 탈해를 맏사위로 삼고,

‘대보’라는 높은 벼슬을 주어
나랏일을 맡겼다.

서기 24년, 남해왕은 숨을 거두기 전 아들 유리와 사위 탈해를 불렀다.

유리남해왕의 아들탈해남해왕의 사위
남해왕내가 죽거든…
박·석 두 성 가운데, 나이 많은 사람이 왕위를 이으라.

남해왕이 세상을 떠나자, 두 사람은 서로 왕위를 미루었다.

유리대보께서 덕망이 높으시니, 왕위에 오르소서.
탈해임금 자리는 보통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법이오.
탈해슬기로운 사람은 이가 많다 하오. 떡을 깨물어 봅시다.
신하유리 님의 잇자국이 더 많습니다!

그래서 유리가 임금이 되었고, 임금을 ‘이사금’이라 불렀다. ‘잇금’, 곧 잇자국이라는 뜻이다.

서기 32년, 유리 이사금은 여섯 마을(6부)의 이름을 고치고,

이·최·손·정·배·설, 여섯 성씨를 내려 주었다.

그해 가을, 6부의 여자들이 두 편으로 나뉘어 한 달 동안 길쌈을 겨루었다.

진 편의 여인회소, 회소…

8월 15일, 진 편이 술과 음식을 차려 이긴 편을 대접했다. 이 잔치 ‘가배’를 한가위의 뿌리로 본다.

서기 57년, 예순두 살의 탈해가 마침내 임금이 되었다.

이듬해, 탈해는 나를 대보로 삼았다.

내 집을 꾀로 가져갔던,
바로 그 아이가.

숲속의 금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전하는 김알지 이야기

호공서기 65년 봄 밤, 시림에서 닭 우는 소리가 났다. 날이 밝자 왕은 나를 그 숲으로 보냈다.

호공나뭇가지에… 금빛 궤짝이!

호공궤짝을 여니, 생김새가 빼어난 사내아이가 일어나 앉았다.

탈해 왕바다를 건너온 그 아이
탈해 왕이 어찌 하늘이 내게 귀한 아들을 내려 준 것이 아니겠느냐!

왕은 아이를 거두어 길렀다. 영리하고 꾀가 많아 이름을 ‘알지’, 금궤에서 나왔다 하여 성을 ‘김(金)’이라 했다.

흰 닭이 울던 숲 ‘시림’은, 이름을 ‘계림(鷄林)’으로 바꾸었다.

김알지금궤에서 나온 아이
朴박昔석金김
알이 박(瓠)처럼 생겨서, 박(朴)
까치 작(鵲)에서 새 조(鳥)를 떼어, 석(昔)
금궤(金櫃)에서 나와서, 김(金)

호공나는 세 사람을 보았다.

알에서 나온 임금, 내 집을 가져간 아이, 숲에서 내가 찾은 아이.

촌장덕 있는 이를 찾아 임금으로 세웁시다!

호공모두 어딘가에서 왔다. 박 하나 차고 바다를 건너온 나처럼.

『삼국유사』에 따르면, 알지는 태자가 되고도 왕위를 파사에게 양보했다.

그 후손 미추가 262년, 김씨로는 처음 임금이 되었다.

박·석·김, 세 성씨의 임금들이 이끈 신라는
천 년 가까이 이어졌다.

제10화 끝

역사 노트

이야기 속 장면은 이런 기록과 유적을 바탕으로 그렸어요.

  1. 두 역사책, 조금 다른 이야기

    『삼국사기』에서는 고허촌장 소벌공이 꿇어앉은 말을 보았고, 『삼국유사』에서는 여섯 촌장이 번갯불 같은 기운과 흰 말, 자줏빛 알을 보았어요. 알영도 『삼국사기』는 기원전 53년에 태어났다고 적었지만, 『삼국유사』는 그 용을 ‘계룡’(닭 용)이라 부르며 혁거세가 나타난 바로 그날의 일이라고 해요. 닭 부리 같은 입술 이야기는 『삼국유사』에, 할머니가 아이를 거두었다는 이야기는 『삼국사기』에 나와요. 기원전 57년은 육십갑자가 시작되는 ‘갑자년’이라, 신라가 가장 먼저 섰다고 보이려고 이 해를 골랐다고 보는 학자도 있어요. 이 화는 두 책의 이야기를 엮어 그렸어요.

    『삼국사기』 · 『삼국유사』
  2. 경주 나정경주 나정

    나정

    경주 나정은 혁거세가 태어난 곳으로 전해 오는 우물 자리로, 소나무 숲 속에 있어요. 2002년부터 2005년까지 발굴했더니, 한 변이 8m쯤 되는 팔각형 건물터가 나왔어요. 시조를 기리며 왕실이 제사를 지내던 곳이었을 것으로 보는 학자가 많아요.

    나정 발굴 조사 (2002~2005)
  3. 경주 오릉경주 오릉

    오릉과 뱀 이야기

    경주 오릉은 혁거세와 알영, 남해·유리·파사 왕의 무덤이라고 전해요. 혁거세는 서기 4년에 세상을 떠났는데, 『삼국유사』는 그가 하늘로 올라갔다가 이레 뒤 몸이 다섯으로 흩어져 떨어졌다고 전해요. 흩어진 몸을 모아 묻으려 하자 큰 뱀이 막아서, 다섯 곳에 따로 묻고 ‘오릉’, 또는 ‘사릉(뱀 무덤)’이라 불렀다는 전설이에요. 다만 이런 둥근 흙무덤은 4세기 무렵부터 나타나서, 정말 누구의 무덤인지는 알 수 없어요.

    『삼국유사』 기이편
  4. 탈해의 수수께끼

    『삼국유사』는 궤짝이 남해왕 때 닿았고, 아이를 거둔 할머니는 아진의선, 아이는 ‘용성국’에서 왔다고 전해요. 탈해가 묻은 숫돌은 칼날을 가는 돌, 숯은 쇠를 달구는 땔감으로 둘 다 대장장이의 살림이라, 학자들은 탈해의 무리를 바다를 건너온, 쇠를 잘 다루는 사람들로 보기도 해요. 『삼국사기』는 임금이 될 때 탈해가 예순두 살이었다고 적었어요. 아기로 바다를 건너온 해와 견주면 나이가 맞지 않는, 옛 기록의 수수께끼예요.

    『삼국사기』 · 『삼국유사』
  5. 경주 월성과 해자경주 월성과 해자

    호공의 집터, 월성

    『삼국사기』는 호공의 집안과 성은 알 수 없고 본래 왜 사람이었다고 적었는데, 탈해가 꾀로 차지한 그의 집터가 훗날 월성이 되었다고 해요. 월성은 반달처럼 생겨 ‘반월성’이라고도 불러요. 『삼국사기』는 101년 파사왕이 이곳에 성을 쌓고 궁궐을 옮겼다고 적었지만, 발굴해 보니 성벽은 4세기 중엽에 쌓기 시작해 5세기 초에 마친 것으로 보여요. 성 둘레에는 물을 채운 도랑, 해자를 팠어요. 기록대로라면 호공은 기원전 20년부터 서기 65년까지 여든 해 넘게 활약한 셈이라, 이것도 옛 기록의 수수께끼예요.

    『삼국사기』 신라본기 · 월성 발굴 조사 (2021)
  6. 조속, 「금궤도」 (1656년)조속, 「금궤도」 (1656년)

    그림으로 남은 금궤

    1656년, 조선의 화가 조속이 임금의 명을 받아 김알지 이야기를 그린 「금궤도」예요. 큰 나무의 가지에 금궤가 걸려 있고, 그 아래에서 흰 닭이 금궤를 올려다보고 있어요. 시종을 데리고 다가오는 사람이 금궤를 찾은 호공이라고 해요. 『삼국유사』는 이 일을 서기 60년, 밤길의 호공이 숲속의 큰 빛과 하늘에서 땅까지 드리운 자줏빛 구름을 본 일로 전하고, ‘알지’가 우리말로 어린아이를 뜻한다고 풀이해요.

    조속, 「금궤도」 · 『삼국유사』
  7. 경주 계림의 가을경주 계림

    계림, 그리고 박·석·김

    김알지가 나온 숲 계림은 한때 나라 이름으로도 쓰였고, 지금도 경주 첨성대와 월성 사이에 남아 있어요. 남해왕은 죽기 전 '박·석 두 성 가운데 나이 많은 사람이 왕위를 이으라' 했대요. 뒤에는 김씨도 함께, 세 성이 나이 순으로 이었다고 해요. 학자들은 처음의 신라를 경주 분지의 작은 나라 ‘사로국’(진한 열두 나라 가운데 하나)으로 보고, 세 시조 이야기를 여러 곳에서 온 무리가 힘을 모아 나라를 꾸린 흔적으로 보기도 해요.

    『삼국사기』 신라본기 (유리이사금 즉위조) · 『삼국지』 위서 동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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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 거북아 거북아

구지봉에 모인 사람들이 노래했다.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어라.' 하늘에서 자줏빛 줄에 매달려 내려온 금합 속 여섯 개의 알, 그리고 바다를 건너온 허황옥. 가야의 시작이 기다리고 있다.

사진 출처

이 웹툰의 삽화는 모두 새로 그린 것이며, 등장인물의 이름과 대사는 역사적 사실과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상상해 재구성한 것입니다. 연대와 해석은 학계의 일반적인 설명을 따랐고, 의견이 갈리는 부분은 역사 노트에 밝혀 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