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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고인돌을 세운 사람들
제3화

고인돌을 세운 사람들

청동기 시대 · 기원전 2000년~1500년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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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리와 함께 보면 더 생생해요.
장면마다 바람·모닥불·강물 소리가 바뀌고, 이야기 흐름을 따라 음악도 달라져요.
지난 이야기

강가에 뿌리내린 다래네 마을 사람들은 흙으로 그릇을 빚고, 씨앗을 뿌리고, 통나무배를 저어 강과 바다를 오갔다. 그렇게 수천 년이 흐른 어느 가을, 다래의 먼 후손이 사는 마을에 북쪽에서 낯선 사람들이 찾아왔다. 앞장선 사내가 치켜든 칼은 돌도 나무도 아닌, 해처럼 빛나는 금속이었다.

등장인물

누리이 이야기의 주인공.
언덕 마을의 아이
아버지누리의 아버지.
밭을 가는 농부
할머니누리의 할머니.
옛이야기를 안다
군장큰 창고 집 주인.
마을의 우두머리가 된다
제사장해와 하늘에
제사를 올리는 늙은이

그 금속, 청동은 북쪽에서 건너와

오랜 세월에 걸쳐 한반도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청동기 시대가 열렸다.

누리나는 누리. 우리 마을은 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있다.

마을 둘레에는 도랑과 나무 울타리를 둘렀다. 언덕 아래 물가에는 작은 칸으로 나눈 논이 있었다.

누리이 이야기의 주인공

봄이 오면 아버지는 따비를 밟아 밭을 갈아엎었다.

아버지흙을 깊이 뒤집어야 곡식이 뿌리를 잘 내린단다.
할머니누리의 할머니
누리할머니, 옛날 그릇은 바닥이 뾰족했다면서요?
할머니그랬지. 요즘은 집 바닥이 평평하니,
그릇 바닥도 평평한 게 좋단다.

가을, 물을 댄 낮은 땅에서 벼가 누렇게 익었다.

누리아버지, 왜 저 집 창고만 저렇게 커요?
아버지쉿. 저 집은 땅도 많고,
부리는 사람도 많단다.

반달 모양 돌칼에 끈을 꿰어 손에 걸고, 익은 이삭만 골라 하나하나 땄다.

큰 창고 집 주인더 쌓아라! 올해도 창고가 모자라겠구나.
할머니옛날 옛적엔 누가 누구를
부리는 일이 없었다더구나…

곡식이 남아도는 집과 모자라는 집. 사람 사이에 높고 낮음이 생겨나고 있었다.

그 무렵, 누리의 마을에서도

청동을 녹이는 불꽃이 타올랐다.

누리그날 나는 처음으로, 청동을 붓는 모습을 보았다.

청동 장인청동을 다루는 사람

구리에 주석 같은 금속을 섞어 녹인 청동은 귀했다. 재료도, 녹이는 기술도 아무나 가질 수 없었다.

청동 장인큰 창고 집 어른의 칼이다.
누리해처럼…
빛나요!

청동을 가진 사람이, 곧 힘을 가진 사람이었다.

곡식이 쌓이자, 그것을 빼앗으려는 자들도 나타났다.

파수꾼적이다! 모두 일어나라!
큰 창고 집 주인물러가라!
이 마을은 내가 지킨다!
아버지창을 들고 함께 막아섰다

큰 창고 집 주인이 앞장서 싸운 덕에, 마을은 곡식을 지켜 냈다.

누리아버지!
아버지괜찮다…
이만하길 다행이다.
군장우리는 하늘의 자손이다!
하늘이 우리를 지키신다!

싸움을 이끈 그는 이제 더 많은 땅과 사람을 다스렸다. 이런 우두머리를 군장이라 한다.

누리그날, 나는 아버지가 누군가에게 고개 숙이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군장의 명령에 따라, 사람들은 마을을 두른 도랑(환호)을 더 깊이 파고 나무 울타리(목책)를 더 촘촘히 박았다.

아버지다음엔 저 도랑을
넘지 못하게 해야 해.
제사장누리야,
이게 무얼 닮았느냐?
누리동그라미가 겹겹이… 해님이요!

사람들은 바위에 해를 새기며, 농사가 잘되기를 빌었다.

제삿날, 군장이 청동 거울을 높이 들어 해를 받았다.

사람들은 눈을 들지 못하고 엎드렸다.

번쩍이는 거울 앞에서, 사람들은 군장이 정말 하늘과 통한다고 믿었다.

누리해님이… 군장님 손에 내려왔어…
할머니쉿! 고개 숙여라.

어느 해 가을, 이웃 마을의 군장들이 누리네 마을에 모였다.

곰 부족 군장따로 싸우면 모두 약해질 뿐이오.
호랑이 부족 군장하늘 아래 한 무리가 됩시다.

마을은 부족이 되고, 부족은 더 큰 무리로 뭉쳐 갔다.

세월이 흘러, 늙은 군장이 세상을 떠났다.

사람들은 그를 위해
누구도 본 적 없는 무덤을 만들기로 했다.

먼저 산에서 덮개돌로 쓸 바위를 떼어 냈다.

누리어느새 청년이 되었다
채석장 어른구멍마다 쐐기를 박고
물을 부어라!
나무가 부풀면
바위가 갈라진다.

받침돌 사이 무덤방에 늙은 군장을 눕히고, 그가 아끼던 물건들을 곁에 놓았다.

제사장하늘로 돌아가소서…

청동 칼과 간돌검, 붉은 간토기, 옥 구슬.

떼어 낸 바위를 통나무 위에 얹고, 수많은 사람이 밧줄을 당겼다.

새 군장늙은 군장의 아들

이만한 사람을 한데 모을 수 있는 것, 그것이 곧 군장의 힘이었다.

아버지발을 맞춰라, 누리야!
누리영차!

그리고 그 위에, 덮개돌이 얹혔다.

흙 비탈을 걷어 내자, 마침내 고인돌이 모습을 드러냈다.

할머니옛날 옛적엔 누가 누구를 부리는 일이 없었다더구나…

무덤이 완성된 날 밤, 늙은 제사장이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제사장잘 들어라.
아주 먼 옛날,
하늘나라 임금에게
아들이 하나 있었단다…

그런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조금씩 모습을 바꾸어 갔을 것이다.

곰과 호랑이, 그리고
하늘에서 내려온 이의 이야기.

우리 역사 첫 나라의 이야기가, 이제 시작된다.

제3화 끝

역사 노트

이야기 속 장면은 이런 기록과 유적을 바탕으로 그렸어요.

  1. 세형 동검(한국식 동검)세형 동검 · 국립중앙박물관

    비파를 닮은 칼

    청동기 시대를 대표하는 칼은 비파형 동검이에요. 칼몸 아랫부분이 옛 악기 비파처럼 불룩해서 붙은 이름이에요. 이 칼은 중국 랴오닝(요령) 지방과 한반도에서 주로 나와서, 고조선의 문화가 어디까지 뻗어 있었는지 짐작하게 해 줘요. 시간이 흐르며 칼은 사진처럼 날씬한 세형 동검(한국식 동검)으로 바뀌었는데, 청동기 시대 후기부터 초기 철기 시대에 걸쳐 한반도에서 널리 만들어졌어요. 한반도에서 나온 비파형 동검은 이 땅에서 직접 만든 것으로 보는 학자가 많아요. 청동 창과 도끼를 부어 만든 돌 거푸집이 함께 나오기 때문이에요. 누리네 마을에서 칼을 부어 만드는 장면은 이를 바탕으로 상상해 그렸어요.

  2. 벼농사와 반달 돌칼

    이 무렵 농사는 조·보리·콩·수수를 기르는 밭농사가 중심이었고, 물을 댈 수 있는 낮은 땅에서는 벼농사도 시작됐어요. 충남 부여 송국리의 집터와 저장 구덩이에서는 불에 탄 쌀과 함께 조·기장·콩·팥·밀이 나왔고, 울산 무거동 옥현에서는 작은 칸으로 나뉜 이 시대의 논이 발굴됐어요. 곡식은 구멍 두 개에 끈을 꿰어 손에 건 반달 돌칼로 이삭만 골라 땄어요. 귀한 청동은 주로 무기와 제사 도구가 되었고, 밭에서 쓰는 연장은 여전히 돌과 나무였어요.

  3. 밭 가는 사람이 새겨진 청동기

    봄날 밭 가는 장면은 대전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지는 손바닥만 한 농경문 청동기를 본떠 그렸어요. 머리에 긴 깃털을 꽂은 사내가 따비로 밭을 갈고, 한 사람은 괭이를 치켜들고, 또 한 사람은 항아리에 무언가를 담고 있어요. 뒷면에는 두 갈래로 갈라진 나뭇가지 끝마다 새가 앉아 있어 오늘날의 솟대를 떠올리게 하죠. 2,300~2,500년 전 무렵의 것으로 풍년을 비는 제사에 썼을 것으로 보이며, 보물로 지정되어 국립중앙박물관에 있어요.

  4. 집과 그릇, 도랑과 울타리

    깊이 판 둥근 움집 대신 얕게 판 네모난 집이 늘고 크기도 커졌으며, 화덕은 벽 가까이로 옮겨 갔어요. 그릇은 바닥이 납작하고 겉이 밋밋한 민무늬 토기가 대표이고, 붉은 흙을 발라 윤을 낸 붉은 간토기, 지역에 따라 목과 손잡이가 달린 미송리식 토기도 썼어요. 마을 둘레에 판 도랑을 환호, 나무 울타리를 목책이라고 해요. 울산 검단리 유적에서는 마을 전체를 빙 두른 도랑이 확인되었고, 이 무렵 간돌검과 돌 화살촉이 부쩍 늘어 이웃과의 싸움이 잦아졌음을 알려 줘요.

  5. 화순 대곡리 출토 잔무늬 거울(정문경)화순 대곡리 잔무늬 거울 · 국보

    하늘의 자손이라 내세운 군장

    싸움이 잦아지자 여러 마을을 거느린 지배자, 군장이 나타났어요. 군장은 자신이 하늘의 자손이라고 내세웠는데, 이런 생각을 선민사상이라고 해요. 청동기 시대에는 무늬가 굵은 거친무늬 거울을 썼고, 사진 속 화순 대곡리의 잔무늬 거울(국보)은 그 뒤 초기 철기 시대에 머리카락처럼 가는 선으로 무늬를 새긴 거울이에요. 경북 고령 장기리 알터 마을의 바위(장기리 암각화)에는 세 겹 동그라미 넷과 十자 모양, 털 달린 가면 모양이 새겨져 있는데, 학자들은 겹동그라미를 해로 봐요.

  6. 강화 부근리 고인돌강화 부근리 고인돌 · 탁자식

    고인돌은 어떻게 세웠을까

    고인돌을 어떻게 세웠는지는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아서, 학자들은 채석장 흔적과 실험으로 그 과정을 되살려 봐요. 바위 결을 따라 판 구멍에 나무 쐐기를 박고 물을 부으면 쐐기가 부풀며 바위가 갈라졌을 거라고 봐요. 전남 화순에는 덮개돌을 떼어 낸 채석장이 고인돌 곁에 여러 곳 남아 있어요. 받침돌을 세우고 흙을 쌓아 비탈을 만든 뒤, 밧줄과 지렛대, 통나무로 덮개돌을 끌어 올리고 흙을 걷어 냈을 거예요. 한 사람이 끌 수 있는 무게를 100킬로그램쯤으로 잡으면, 수십 톤짜리 덮개돌 하나에 수백 명이 매달려야 해요.

  7. 고창 죽림리 고인돌군고창 죽림리 고인돌군

    고인돌의 나라

    흔히 청동기 시대 지배층의 무덤으로 보는 고인돌은 받침돌을 높이 세운 탁자식, 낮은 받침돌 위에 큰 덮개돌을 얹은 바둑판식, 받침돌 없이 덮개돌만 얹은 개석식으로 나뉘어요. 한반도에는 남북을 합쳐 약 4만 기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세계 고인돌의 절반 가까이가 이 땅에 있는 셈이에요. 남한의 3만 기쯤 가운데 2만 기쯤은 전라남도에 몰려 있어요. 인천 강화, 전북 고창, 전남 화순의 고인돌 유적은 200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되었어요. 고창에는 1,600기가 넘게 모여 있고, 무게는 10톤짜리부터 300톤에 이르는 것까지 있어요.

이번 화의 열쇠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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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 하늘이 내린 나라

하늘의 아들 환웅, 사람이 되고 싶었던 곰과 호랑이, 그리고 단군왕검. 우리 역사 첫 나라, 고조선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진 출처

이 웹툰의 삽화는 모두 새로 그린 것이며, 등장인물의 이름과 대사는 역사적 사실과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상상해 재구성한 것입니다. 연대와 해석은 학계의 일반적인 설명을 따랐고, 의견이 갈리는 부분은 역사 노트에 밝혀 두었습니다.